은으로 만들어진 재화의 역사 (백은비사) 

 

은으로 만들어진 재화의 역사 (백은비사)

 

재화는 인간의 삶에 있어 늘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것이 물질적인 풍요와 관련이 되어 있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풍요롭게 살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이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재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쫓았다. 심지어 그것을 위해서는 생명까지도 내놓고 가지고자 염원했고 탐닉했다. 그러다 보니 싸움의 근본에는 늘 재화가 함께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자신의 집단이 나은 삶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타인의 것을 빼앗아 가지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인간의 역사가 싸움으로 점철된 이유가 그 근본에 재화가 있다는 말이다.

 

그 재화의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 금과 은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 이 책은 그 재화의 근원이 되는 금, 은의 역사를 찾아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들의 삶 속에서 작용했는가를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은의 재화로서의 기능과 그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들어 상세하게 우리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금은 변하지 않는 속성 때문에 많은 시간 재화의 기준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은이 뒤로 몰린 때가 많았다. 헌데 이 책에서는 재화로서 금보다 은의 입장을 근거를 제시해 가면서 살펴보고 있다. 은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고 결론적으로 전망도 밝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의 화폐제도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원장이 신용화폐를 만들어 사용했다. 원의 제도를 답습한 것이었다. 은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이 지전을 이용한 경제유통구조의 확립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된다. 은의 보유액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엄청난 무리수였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잘 이해가 될 듯하다. 금은 보유량이 적은데 그 나라의 지폐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 말이다. 결국 명의 화폐제도는 신용을 잃게 되고 경제활동 수단으로 은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은만이 물질을 구매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서구에서는 이 금속들에 대해 혈안이 되어 있던 시기였다. 정화의 대항해를 통해서 중국에 대해 그들이 알게 되었고 중국이 많은 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듣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많은 서양인들이 중국으로 몰려오게 되고 중국에서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그들이 들은 중국의 은 보유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중국은 매력적인 땅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그곳에서 은을 대량으로 풀면서 중국 상품을 사들이게 된다. 네덜란드인과 포르투칼인을 중심으로 중국의 향초, 찻잎, 도자기, 비단 등 중국산 물품을 사들이면서 그들은 동양에서의 입지를 높여가게 된다. 그리고 중국은 이 은의 보유가 나라가 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은이 많아지다 보니 민간에서도 은을 쌓아놓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 심지어 조정에서 회수를 하고자 할 때 땅에 파묻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그리고 부정과 부패의 도구로 사용되게 되고, 국력이 쇠약해 지는 근간이 된다. 하여 이 은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서구의 나라들은 동양을 금은의 나라로 인식했다. 해적들이 들끓는 절대왕조 시대, 서구는 그 해적들을 이용했다. 그들을 통해서 한 손으로는 무역을 한 손으로는 탈취를 하면서 그들의 부를 이루어 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황금의 나라 인도로 가기 위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서쪽으로 항해를 시작한 그들이 만난 신대륙이 바로 아메리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도 금은에 얼마나 광적으로 집착했는가를 기록물로 보여주고 있다. 그처럼 그들은 귀금속을 찾고, 그것을 탈취하는 금은을 위한 침략전쟁을 펼친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무수한 식민지를 가질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지금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중 스페인은 많은 은을 보유하게 되고 무적함대를 거느려 유럽에서도 맹주가 된다. 그리고 세계에서 그 입지가 강해져 전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결과를 도출한다. 영국과 해전에서 무적함대가 패하기까지 그들의 나라는 영원히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식민지의 금속물들을 취합하여 그들의 부를 추구했다. 서양은 이처럼 이 은이 그들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반대로 중국은 나라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나중에 서구에서 아편을 대량으로 중국으로 이동하고 찻잎으로 엄청나게 벌어들인 은을 그들은 빼내 갔다. 그것이 중국이 서구 열강들에게 잠식당하는 시초가 된다. 아편전쟁으로 승리한 그들이 중국에 은행을 세워 그들의 금융을 휘어잡고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중국은 거대한 부를 서양에 내주는 격이 되었고, 중국은 서구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감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금은 여전히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었고, 은본위제의 중국 화폐도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부족한 금본위제를 버리고 은본위제를 채택함으로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회를 잡았고, 중국도 은을 내놓으면서 국제 경제에 끼어들 기회를 잡았다. 물론 그때까지는 잠자는 호랑이에 불과하였지만, 중국이 경제력을 회복하며 중국 시장에 나서게 된 것도 은 덕분이라 할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은 금본위제의 달러화의 승리로 금이 귀중품이 되었다. 그러면서 동반하여 은도 지폐의 가치를 보전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루즈벨트는 경제 공황을 은과 같이 해결해 나가는 정치력을 보여 준다. 그로부터 수량이 많은 은이 미국 경제의 주춧돌이 되어 미국 경제가 이끌어져 간다. 물론 오늘날 금이 지폐의 중심 기저도구로 사용되지만 은도 무시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금은본위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오늘의 경제가 흘러가고 있다. 이것은 은의 위상을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리고 은이 많은 지역이 부유함을 지녀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은은 명대부터 중국의 재화를 지배해 온 금속이다. 그 은이 풍성할 때 중국은 부귀와 사치로 흘렀고, 없을 때 민중 봉기가 일어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은이 명 이후에 타국에서 많이 들어오게 된다. 중국의 중요 상품과 거래되는 형태로 은의 중국 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부를 만들었고, 은을 갈무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라에서도 보유한도를 규제하게 되고, 그것이 약탈의 대상이 되어 외국으로 흘러나가게 되기도 한다. 은과 함께하는 중국의 역사는 참으로 억울할 일이다. 은이 그들의 국력에 많은 부분 힘이 되었다면 중국이 근대화 과정 속에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인데. 은으로 인한 중국의 단면을 들여다보면서 은이 얼마나 소중한 기능을 했는가를 되뇌어 본다. 참으로 많은 지혜를 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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