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사구게

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
무릇 형상이 있는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줄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2.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 味觸法生心 應無所住 以生其心 ]
응당 색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응당 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말 것이요
응당 머문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리
3.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
만약 색신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4.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같이 관할지니라
1. 제1 사구게 (제5품 여리실견분)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해석】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부처)를 보리라.
【설명】
이 게송은 금강경의 핵심 사상인 **'공(空)' 사상과 '반야(般若, 지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범소유상 개시허망 (凡所有相 皆是虛妄): '상(相)'이란 우리의 눈, 귀, 코, 혀, 몸, 생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현상, 모양, 관념을 뜻합니다. 부처님의 32상(相)과 같은 거룩한 모습부터 내 눈앞의 컵, 나의 육신, '나'라는 생각까지 모두 '상'에 속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잠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일 뿐, 영원불변하는 실체가 없으므로 '허망하다'고 말합니다.
-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그렇다면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그 모든 '상'이 실체가 없는 '비상(非相)'임을 꿰뚫어 보는 지혜(반야)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이나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그 본질이 공(空)함을 바로 볼 때, 비로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진리의 몸, 즉 '여래(如來, 법신불)'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여래는 역사적 인물인 고타마 싯다르타를 넘어선, 우주에 편재하는 진리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2. 제2 사구게 (제10품 장엄정토분)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而生其心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해석】
마땅히 형상(색)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소리·향기·맛·감촉·관념(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도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니, 마땅히 그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설명】
이 구절은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원리를 마음 작용 전반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입니다.
-
불응주...생심 (不應住...生心): '주(住)'는 '머무르다, 집착하다, 안주하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색), 들리는 소리(성), 맡는 냄새(향) 등 육근(六根)이 만나는 대상인 육경(六境)에 달라붙어 고정관념을 만들고 집착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
응무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住 而生其心):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마음도 내지 않는 돌이나 나무처럼 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머무는 바 없이(無所住)' 그 마음을 내라(生其心)고 합니다. 즉, 어떤 대상이나 생각,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청정한 마음의 상태에서 자비심, 지혜, 실천하는 마음 등을 자유롭게 내라는 것입니다. 이는 텅 비어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처럼, 집착 없이 세상과 소통하는 활발한 마음의 경지를 의미합니다.
3. 제3 사구게 (제26품 법신비상분)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해석】
만약 형상(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설명】
이 게송은 진리(여래)를 찾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경고하는 구절입니다.
-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여기서 '나(我)'는 부처님, 즉 여래를 가리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위엄 있는 모습(色見)이나 신비로운 음성(音聲)과 같은 외적인 형태로 이해하고 찾으려고 합니다. 불상이나 불화, 혹은 경전의 문자나 소리에만 매달리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행위를 '삿된 길(邪道)'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진리의 본체인 여래는 형상과 소리를 초월해 있기 때문입니다. 겉모습이나 소리에 집착하는 한, 제1 사구게에서 말한 '상(相)'에 갇히게 되어 결코 진정한 여래(법신)를 볼 수 없다는 강력한 가르침입니다.
4. 제4 사구게 (제32품 응화비진분)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해석】
세상의 모든 현상(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설명】
이 게송은 금강경 전체의 결론이자,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지침입니다.
-
일체유위법 (一切有爲法): '유위법'이란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존재와 현상을 뜻합니다. 이 세상의 물질적인 것, 정신적인 것, 사회적인 제도 등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이 모든 현상의 속성을 6가지로 비유합니다. 꿈(夢), 환상(幻), 물거품(泡), 그림자(影)처럼 실체가 없으며, 이슬(露)이나 번개(電)처럼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무상한 성질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
응작여시관 (應作如是觀): '마땅히 이와 같이 보라'는 것은 단순한 지적 동의를 넘어,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 진리를 관찰하고 체득하라는 실천적인 권유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실체가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불필요한 집착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게송은 각각 다른 각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모든 현상은 실체가 없으니(空), 그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고(無住), 지혜(般若)로써 그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하나의 진리로 귀결됩니다.
hit: 46

Leave a comment